스킨푸드 기업회생 절차 시작, 유통업계 위기감 고조
지난 2002년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에 화장품을 공급한다’는 모토로 초저가 브랜드숍 미샤가 출범하며 K-뷰티 열풍을 주도했던 브랜드숍 유통이 스킨푸드의 기업회생 절차 시작과 함께 위기감에 휩싸였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유통 강자로 10여년 이상 굴림했던 브랜드숍 유통이 과다한 출혈경쟁과 내수시장의 침체, 브랜드숍 유통의 큰손이었던 유커들의 감소, 올리브영, 시코르 등의 H&B숍과 편집숍 공세에 점차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스킨푸드는 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10월 8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개시를 신청했다. 스킨푸드는 현재 현금 유동성 대비 과도한 채무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을 고려하면 계속 기업가치는 충분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에 스킨푸드는 채무를 조정하고 기업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하는 것이 채권자 등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15년 메르스(MERS)와 2016년 사드(THAAD) 갈등으로 중국 관광객이 지속 감소하면서 시장의 침체국면과 공급 과잉을 겪었다. 여기에 노세일(No-sale) 원칙 고수와 온라인 유통채널의 부족 등으로 매출 감소와 영업 손실이 누적됐다. 이에 2017년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약 169억원 초과, 제품 공급과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이 인가될 경우 스킨푸드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규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사업을 정상화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스킨푸드의 기업회생 절차 시작으로 제2의 스킨푸드는 어느 업체가 될 것인가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브랜드숍이 한국 화장품 산업에 한 획을 그으며, K-뷰티의 글로벌화에 기여한 점은 높게 평가 받아야 하는 부문은 있다. 하지만, 경쟁적인 세일 정책과 차별화 없는 신제품의 출시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3~4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라며 “페스트 코스메틱을 표방했던 브랜드숍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둔감하게 대응한 것이 브랜드숍 유통의 경쟁력을 약화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메르스와 사드 사태로 브랜드숍의 주 타깃 층이었던 해외 관광객을 비롯해 유커와 따이공의 감소가 브랜드숍 매출 감소에 직격탄을 날리며 경쟁력이 불과 몇 년 사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유통으 흐름이 브랜드숍에서 올리브영, 시코르, 부츠, 라코 등 H&B숍과 화장품 편집숍으로 빠르게 이동한 점도 브랜드숍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H&B 시장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조3400억원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역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리브영 등 H&B숍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 롯데백화점은 라코 등 화장품 편집숍들은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와 고객체험 강화를 강점으로 내세워 빠르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의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Sephora)’가 내년에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보여 브랜드숍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체험, 비교하고 쇼핑할 수 있는 H&B숍과 편집숍이 젊은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화장품 편집숍이 새로운 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침체기를 맞은 브랜드숍 업계는 해외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브랜드숍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뾰족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브랜드숍 유통의 몰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숍의 성장의 축을 담당했던 다수의 OEM사와 부자재 업체까지 파장이 있어 한국 화장품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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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희
출처 :
장업신문(http://www.jangup.com)